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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색 크레파스/안진영, 하얀색 크레파스/안진영

초하안규미 2025. 4. 20. 18:40

1차시 : 까만색 크레파스에게 까만색 도화지를

 

두 시를 나란히 읽는다.

 

까만색 크레파스처럼

세상에 없는 듯

조용히 있고 싶은 순간을 떠올리고

 

어떤 사람이든

다 친해지고 싶은 순간을 떠올리고

 

먼저

없는 듯 조용히 있고 싶은

까만색 크레파스엑

까만색 도화지를 주어본다. 

 

 

 

 

2차시 : 하얀색 크레파스에게 하얀색 크레파스를!(비밀 그림 그리기)

 

'하얀색 크레파스'를  다시 읽고

 

“하얀색 크레파스가
하얀색 도화지만 아니면 돼, 라고 했는데
우리가 하얀색 도화지를 주면 기분이 어떨까?”
했더니 기분이 나쁠 거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하얀색 도화지를 줄 거야.”


그리고는 위풍당당하게
하얀색 도화지에 그림을 그렸다.


“안 보여요.”
“안 보여요.”
그러면서도 쓱쓱 그려 나간다.


그 위에 수채화 물감으로 채색하면
하얀색 크레파스가 그려놓은 그림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정말 위풍당당하게 그리고 나서
수채화물감을 칠했는데ㅠㅠ
그림이 안 보인다는 친구들이 많다.

아이들이 수채화 물감 밑으로 드러나는
크레파스 그림을 보면서
기뻐할 장면을 상상하면서 준비한 수업이었는데
“선생님, 색칠해도 잘 안 보여요.”
“저도 안 보여요.”

얼마나 진땀을 뺐는지.

학교를 옮기면서
상자 하나를 어디에선가 잃어버렸는데
그 상자 안에 전문가용 크레파스랑 수채화 물감이 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인터넷으로 산 크레파스와 수채화 물감을 썼더니ㅠㅠ

그럼에도 아이들은
끝까지 꿋꿋하게 색칠을 한다.

망쳤다 싶으면
종이를 구겨버리는 아이까지.

얼마나 감동이었는지.
행복한 실패는 정말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싶었다.

재료를 선생님이 잘못 선택한 것 같다
처음에 색칠하는 방법을 선생님이 잘 설명해 줘야 하는데
선생님이 설명을 잘 못 해 줘서
그림이 안 보이는 것 같다
얘들아, 정말 미안하다.
선생님이 잘못한 거야.

이러는데
“아니예요. 그래도 재밌었어요.”

오히려 나를 위로한다.

정말 처참한 실패였는데
실패에서 늘 이렇게 배울 거리가 있고
오늘 이런 일이 생겨서
우리 반 아이들과 더 깊이 연결될 수 있어서
감사하고 기뻤다.


물기가 많아

도화지가 오그라 들어
처참한 실패의 장면을 보여주는 사진은 못 찍었다.

 

 

 

3차시 : 다시 하얀색 크레차스에게 하얀색 도화지를!(비밀 그림 그리기)

 

준비물 :

 

하얀색 크레파스(오일파스텔)

도화지

넓적붓

수채 물감

 

처참한 실패로 끝날 수 없어

호미화방에 갔다.

 

하얀색 크레파스는 

찾는 사람들이 없어 없단다.

오일파스텔이 똑같은 효과가 있을 거라고

오일 파스텔은 어떠냐 묻는다.

 

두 말 없이

오일 파스텔과

수채화 물감을 사왔다.

 

그리고 맞이한 새날

 

아침부터 언제 물감으로 그림 그리냐고
보채는 친구들이 여럿 있다.

화방에서 사온 전문가용 재료를 꺼내놓고

 

혹시나 또 그림이 안보이면 어쩌나
나름 불안하기도 했는데 여기저기서
“보인다!”
“보인다!”
탄성을 지르는 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서는 바로
“한 장 더 하면 안 돼요.”
“재밌어요.”
덕분에 저도 신나서

파레트에 물감을 부어주느라 바빴다.

(물감에 물을 많이 넣어 물감물을 만들어 부어 주었다.)


끝나고 나서 느낌 나누는 시간에는
“행복한 추억을 모은 것 같아요.”
“좋은 추억이 또 하나 생겼어요.”

이렇게 말하는 친구들이 여럿 있어서
느낌 나누기만으로도
또 행복한 추억 한 조각을 모은 것 같다.